[광명 문화유산] 충의사(忠義祠), 향토문화유산 보존가치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
[광명 문화유산] 충의사(忠義祠), 향토문화유산 보존가치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
  • 김연준 대표기자
  • 승인 2023.12.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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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산3동 왕재산에 있는 충의사
@철산3동 왕재산에 있는 충의사

철산3동 철산 12단지 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조그마한 야산인 왕재산. 해발 35m밖에 안 되는 왕재산을 걷다 보면 ‘충의사(忠義祠)’라는 작은 사당이 있다. 산책하는 주민들은 이곳을 단지 덕수 장씨 사당으로만 알고 있을 뿐 사당 이름이 무엇이며, 어떻게 왕재산 중턱에 터를 잡았는지 잘 모른다. ‘충의사(忠義祠)’ 그 역사의 흔적을 찾아 의미를 평가하고자 한다.

도시 개발로 터를 옮긴 충의사(忠義祠)

얼마 전 덕수 장씨 문중에서 귀중한 자료를 선보였다. 50여 년 전 철산동 일대가 택지 개발이 시작하기 전에 충의사(忠義祠)라는 사당이 위치한 항공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그동안 충의사(忠義祠)는 1980년대 초 광명시 개발로 인해 현재 왕재산 근린공원으로 이전 했다는 기록만 남았을 뿐 개발 전 사당 위치에 대해서는 명확한 자료가 없었다. 이번 충의사(忠義祠) 항공사진은 광명시 향토문화 보존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판단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1972년 철산3동 개발 전 충의사 모습(항공사진)
@1972년 철산3동 개발 전 충의사 모습(항공사진)
@1972년 철산3동 개발 전 충의사 확대  사진(항공사진)
@1972년 철산3동 개발 전 충의사 확대 사진(항공사진)
@1983년 철산동 개발 당시 2개의 충의사가 있었다(파랑색 원 기존 충의사/빨강색 원 이전 할 충의사), 성애병원(노랑색 네모) / 항공사진
@1983년 철산동 개발 당시 2개의 충의사가 있었다(파랑색 원 기존 충의사/빨강색 원 이전 할 충의사) 확대 항공사진
@1983년 철산동 개발 당시 2개의 충의사가 있었다(파랑색 원 기존 충의사/빨강색 원 이전 할 충의사) 확대 / 항공사진

충의사(忠義祠)는 쇠머리 마을(현 철산동)에 덕수 장씨 사당이다. 1980년대 초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해 선조들의 위패를 모셔놓고 제를 지내던 충의사가 현재 왕재산 안쪽 중턱으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매년 음력 10월 초하루 날이면 선조인 충의공 장응기(張應基)와 후손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1996년 광명문화원이 발간한 ‘광명의 뿌리’ 책의 기록에 의하면, 충의사는 1593년(선조 26) 행주대첩 때 권율 장군 휘하에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덕수 장씨 10세손 충의공 장응기(張應基)를 모시는 사당으로, 장응기는 이 공로로 선조에게 선무원종공신(宣武原從功臣)으로 책봉되었다. 그의 넷째 아들 장준(張晙)이 아버지의 영정을 모시고 지금의 철산3동으로 옮겨 왔고, 장준의 후예들은 충의사라는 사당을 건립해 400년 넘게 대대로 제를 지내는 곳이다.

@개발로 이전 하기 전 400여 년 동안 충의공 장응기 선생을 모셨던 사당
@개발로 이전 하기 전 400여 년 동안 충의공 장응기 선생을 모셨던 사당

또한, 기록에 의하면, 충의사(忠義祠) 사당 안에는 덕수 장씨 후손이자 독립애국지사인 장원겸(張元謙)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장원겸 애국지사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은 독립유공자이다.

‘향토문화유산보호’ 전향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전남 완도군은 지난 4월 ‘약산 황찬 선생’ 사당을 완도군 황토문화유산 유형 문화재로 신규 지정했다. 1990년에 복원된 사당을 완도군이 황토문화유산으로 규정한 것이다.

@전남 완도군은 지난 4월 ‘약산 황찬 선생’ 사당을 완도군 황토문화유산 유형 문화재로 신규 지정했다.
@전남 완도군은 지난 4월 ‘약산 황찬 선생’ 사당을 완도군 향토문화유산 유형 문화재로 신규 지정했다.

황찬(1850~1890) 선생은 1880년 약산 천동에 서당을 개설하고 약산과 고금의 후학들을 가르쳤는데, 이 서당이 약산에서 교육시설로는 최초였고, 선생과 그가 개설한 서당이 갖는 역사적·교육적으로서의 상징성 및 특징에 가치가 있어 그를 배향하고 추모하는 사당을 완도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사유이다. 즉, 50년이 지나지 않은 문화유산 일지라도 역사적 가치와 교육적 가치가 충분하면 향토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9월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근현대문화유산법)을 공포했다. 이 법률은 2024년 9월부터 시행된다.

근현대문화유산법의 주요 내용 중

‘문화재보호법’ 체계에서는 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 된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관리하였으나, 근현대문화유산법을 통해 50년이 지나지 않아도 장래 등록문화유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하여 50년 미만의 현대문화유산도 보호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률은 원형 유지를 원칙으로 하고 강력한 주변 규제가 있는 지정문화유산 중심의 ‘문화재보호법’ 체계를 벗어나, 소유자의 자발적 보존 의지를 기반으로 더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보존·활용을 추구하도록 등록문화유산 제도를 확장 운영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위 황찬 선생의 사례를 봤듯 50년이 지나지 않은 문화유산도 역사적 가치나 교육적 가치가 충분하면 향토문화제로 지정할 수 있고, 내년에 시행되는 문화재보호법도 문화유산 가치를 판단해 50년 미만의 문화유산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하여 보존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광명시 왕재산에 있는 충의사(忠義祠)는 임진왜란 당시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여 선조에게 선무원종공신(宣武原從功臣)으로 책봉 받은 충의공 장응기를 모시는 사당이다. 충의공 장응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 한산도대첩과 함께 3대 대첩인 행주대첩에서 왜군과 싸운 전공으로 공신으로 책봉 받은 인물이다.

@매년 음력 10월 10일 덕수 장씨 후손들은 충의공 장응기 선조를 모시는 시제를 지내고 있다.
@매년 음력 10월 10일 덕수 장씨 후손들은 충의공 장응기 선조를 모시는 시제를 지내고 있다.

장응기 후손들은 선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400여 년 넘게 사당을 건립해 제를 올렸고, 개발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어쩔 수 없이 후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당을 이전해 지금까지도 시제를 지내고 있다.

향토문화유산은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미래의 자산이다.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광명지역 유·무형 문화재가 현대사회의 개발이론 등에 묻혀서 허물어져서는 안 된다.

현재 광명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광명의 정체성과 역사를 배우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고향의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문화유산은 꼭 보존되어야 하고 지켜줘야한다.

봄에 피는 벚꽃이 아름다운 철산동 왕재산에 광명시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충의사! 향토문화유산 보존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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